녹색 케첩이 실패한 이유

Kwangsu 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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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화장실에 잘못 들어간 본 적이 있는가? 화장실 표시는 보통 ‘빨간색=여자’, ‘파란색=남자’를 나타낸다. 그런데 어떤 심리학자가 여자 화장실은 파란색으로, 남자 화장실은 빨간색으로 바꾸는 실험을 했더니 사람들이 화장실을 잘못 들어갔다. 왜 이런 실수를 할까? 색의 의미와 글, 상징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한 실험을 해 보자. 다음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읽을 때는 글이 아닌 글자 색을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록’은 글자색인 “초록”이라고 읽어야 하고, ‘초록’은 빨강이라고 읽어야 한다.

먼저 글자와 글자 색이 같은 ‘일치조건’을 먼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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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글자와 글자 색이 다른 ‘불일치조건’에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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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조건보다 불일치 조건에서 글자의 색 읽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1929년 스트룹(Stroop)이란 인지심리학자가 발견해 ‘스트룹 효과’라고 부른다. 이 효과를 보면 사람은 색과 상징의 의미가 일치할 때가 불일치할 때보다 머릿속에서 훨씬 쉽게 처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일상생활에서는 ‘컬러 코딩’ 또는 ‘색 부호화’라고 해서 색을 통해 의미를 구분하고자 한다. 교통 신호등도 컬러 코딩의 좋은 예시이다. 붉은 색은 정지, 푸른 색은 주행이란 의미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몇년 전 폐지된 ’3색 신호등’은 스트룹효과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호등에는 빨간 색으로 된 좌회전 화살표가 쓰였다. 이 신호의 의미는 ‘좌회전하지 말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운전자에게 빨간색은 정지의 의미이고, 좌측 화살표는 좌회전하라는 의미이므로, 서로 다른 의미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빨간색을 보았으니 정지하려고 했는데, 화살표가 있으니 좌회전하라는 뜻이니 말이다. 즉, 정지하란 것인지 가라는 것인지 헛갈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전에는 좌회전 화살표를 파란색으로 나타냈었으니, 더욱 헛갈리게 된 것이다. 결국 논란 끝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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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 신호등이 설치될 당시의 이용 안내 그래픽. ‘좌회전을 하지 말라’는 신호가 ‘빨간색의 좌회전 화살표’로 표시돼 당시 혼란을 불러왔다. (동아일보DB)

색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컬러코딩

앞의 신호등의 예에서 보듯 색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컬러코딩’이라고 부르는데, 도로나 지하철역에 있는 ‘노란색 점자 블록’도 그런 예이다. 그런데 이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치인데, 왜 색이 필요할까? 분명히 점자블록에서 ‘툭툭’ 튀어나온 부분은 시각장애인용이지만, 사실 ‘노란색’ 컬러코딩은 비시각장애인용이다. 노란색으로 표시해 놓아서, 점자블록 위에 짐을 놓거나 길을 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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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뿐만 아니라 색조(gradation)는 인포그래픽스에 흔히 활용되면, 얼마나 강한지 약한지 혹은 많은지 적은지 등의 정도(degree)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수량 지도’를 살펴보자. 컬러코딩 때문에 서울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곳은 도봉구 강북구 종로구의 일부 지역이라는 사실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또 흥미롭게도 종로구와 중구는 딱 붙어있지만 각각 비가 제일 많이 오는 곳과 적게 오는 곳이라는 사실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색’이 없다면 글 또는 말로만 설명을 해야 할 것인데, 직관적이지 않아 어려울 것이다.

색은 마케팅에도 흔히 이용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제품을 살 때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색’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은 보통 검은색이나 흰색이었는데, 2008년 애플은 다양한 색을 가진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내놓았다. 아이팟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색의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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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컬러마케팅’을 잘해 성공한 경우도 많지만, 실패한 경우도 있다. 1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케첩회사인 하인즈에서는 ‘녹색 케첩’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케첩은 토마토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빨간색이지만, 혁신적인 제품개발차원에서 녹색 케첩을 출시했으나 실패했다. 녹색 자체는 혁신적이었으나, 청소년들에게는 녹색은 상한 음식을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녹색 떡볶이를 상상해 보면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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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색지각의 사회, 산업적 응용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근간에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대 과학기술과 산업의 핵심경쟁력이다. 왜냐하면 모든 과학기술과 산업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구매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s)같이 인지과학을 기반으로한 인간중심의 기술 혹은 인간중심의 디자인이 현대 산업의 핵심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PSY에 게재된 글로 2012년 어린이동아일보에 실렸던 칼럼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전문보기) http://www.huffingtonpost.kr/kwangsu-cho/story_b_59750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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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su Cho

Cognitive Engineering Square @ UX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