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onseung Koo   |   Trend Report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 몸하나 까딱하기도 싫다. 그럴 때 우리는 생각만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한다.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마음에 드는 음악을 틀고, 전등을 켜고 게다가 밝기까지 조절하는 것들이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마라. 이제 곧 그러한 세상이 당신 곁으로 다가올 것 같다. 바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이하 BCI)를 통해서 말이다.

BCI?

킥스타터에서 목표액의 1억원의 1700%, 즉 17배에 달하는 금액을 펀딩한 기업이 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이 섹시한 BCI를 만들어낸 기업 EMOTIV다(이 기기는 이번 여름이면 만나볼 수 있다). 또 BCI는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지속적으로 선정되는 등(MIT, IBM), 그 관심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렇게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BCI의 면모를 한번 살펴보자. 딱딱한 정의를 꺼내어 보자면,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뇌파를 통해 컴퓨터를 제어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을 말한다(정보과학회지, 2011). 이를 구현하기 위한 BCI의 기술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두피에서 발생하는 전기자극을 측정하는 EEG(Electroencephalogram)를 이용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유는 일단 비침습적(두개골 안에 뭔가를 넣을 필요 없다)인 방법이고, 행동이나 생각에 대한 뇌활동의 측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기기들과 비교하여 월등히 저렴하다(일반용 모바일 EEG는 69 달러 짜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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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BCI가 탄생한지는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EEG 도 일반적인 뇌과학, 인지과학을 하는 곳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서랍장만한 크기에서 헤드폰만한 크기로, 이제는 머리띠만한 크기로 줄어들면서 답답한 연구실을 떠나 현실 세계로 점차 나오기 시작하였다. BCI와 우리의 실생활이 맞닿아있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살펴보자.

1. 생각만으로 드론,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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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MIT 박사과정 학생Michele Tavella은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휠체어를 개발했다. 게다가 설치된 2개의 카메라로 장애물을 탐지 스스로 정지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마비증상이 있는 장애인들이 몸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2. 생각만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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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스트리아의Graz University of Technology의 BCI랩에서는 EEG를 통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는 영상을 공개했다. 생각만으로 케릭터를 레벨 10까지 성장시키는 내용을 직접 보여주었다. 동시에 여러 커맨드를 입력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지만 게임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었다.

3. 생각만으로 인공 신체를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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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독일의University of Freiburg에서 몇Km나 떨어져 있는 로봇팔을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연구 결과를 선보였다.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레이턴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유려하게 공을 들어 그릇에 내려놓았다. Neurosky 사에서는 Necomimi라는 인공귀(?)를 내놓았다. 머리띠처럼 착용하면 나의 기분에 따라 귀가 움직인다. 일본에서 특히 인기라는 후문. 게다가 일본에서는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인공꼬리(!)까지 출시되었다.

BCI 최근 동향

그럼 최근 BCI 산업 현황을 둘러보자. BCI 시장의 3대 강자가 있었으니, Emotiv, Neurosky, OCZ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이 중 OCZ는 최근 BCI보다는 다른 분야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INTERAXON이 내놓은 MUSE라는 꽤 완성도 높은 기기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산업과의 만남도 활발하다. 삼성은 BCI를 이용하여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연구를 약 3년 전부터 하고 있고, 최근에는 Health Care의 일환으로 심장마비 등을 뇌파로 조기진단하여 스마트폰으로 미리 경고하는 알고리즘을 내놓았다(SamsungTomorrow,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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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예술 등 비관련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Neurosky는 세계 150개 대학들과 함께 자사의 띵크기어 툴을 활용한 연구를 지원하며 교육용 기기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Lisa Park이라는 한국계 예술가는 BCI 를 이용하여 생각과 음진동의 위치 값을 연계하여 물을 진동시키는 개념미술을 선보이면서 최근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계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국제BCI컨퍼런스가 지난 1월 한국에서 열렸고, 외국에서도 BrainTech, NeuroGaming, BrainiHacks(해커톤의 BCI버젼)등의 학회 및 행사가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등 국내외에서의 활발한 아이디어 소통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BCI 연구 방향

그렇다면BCI가 만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BCI라는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은 최근의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의 부흥과 함께 더욱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BCI 를 이용한 새로운 킬러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그 기본적 연구 방향은 크게 2가지다.

1. 적극적인 컨트롤러로서의 BCI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BCI 는 새로운 컨트롤러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몸이 불편하거나 운전과 같이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일 때 생각만으로 기기나 서비스를 조작하는데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사물인터넷의 중심 컨트롤러로써의 가능성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2. 사람의 감정, 심리 상태를 받는 센서로서의 BCI

스트레스 레벨, 감정, 기분, 집중 등의 인지 상태(Cognitive State)를 수치화하여 피드백할 수 있는 좋은 툴이다. 이미 뉴로마케팅이나 사용자평가법에서BCI을 통한 제품에 대한 심리반응을 평가하는데 활용 되고 있다. 웹페이지나 제품을 다룰 때 인지적 부하를 측정하거나, 특정 테스크에서 느끼는 감정을 평가하는 등 기존 설문지나 아이트래커 등으로 알 수 없었던 사용자들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살펴 볼 수 있다. 나아가 사람의 기분과 감정에 따른 개인맞춤형 서비스와 스트레스 레벨에 따른 행동 가이드 등 헬스 분야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글을 마치며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BCI의 혁신 뒤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바이오해킹과 윤리적인 문제들이 그 것들이다. 위에 다룬 BCI는 주로 비침습적 EEG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브라운대학교와 유타대학교는 두개골에 설치하는 형태의 무선 BCI를 개발하였다(MIT Technology Review, 2015). 그리고 이를 장애인 등 필요한 사람들의 동의하에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든 네트워크 기기가 그렇듯이, 외부 네트워크를 사용한 다는 것은 항상 해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뜻한다. 생각으로 조종하는 기기가 해킹당한다면, 나도 모르게 이상한 명령을 내리게 되는 것도 가능하단 이야기다. 또 인공 기기를 머리 속에 설치하는 것을 과연 인간윤리 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런 논쟁들은 기술을 넘어서 해결해야할 또 다른 문제겠다. 하지만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물론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아직 WOW보다는 Good Enough라는 말이 어울리는 단계다. 그러나 BCI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하나 늘어갈 때 마다 관련 산업과 다양한 분야가 민감하게 호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습도 눈에 띄게 바뀌어 갈 것이다.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벌써부터 기다려지지 않는가?

Reference

  1. 정보과학회지, 2011,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원리 및 기술 동향
  2. 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 동향 
  3. SamsungTomorrow, 2015, C-Lab Engineers Developing Wearable Health Sensor for Stroke Detection
  4. Humanity+, 2015, Brain Computer Interfaces — From Lab to Living Room
  5. MIT Technology Review, 2010, Wheelchair Makes the Most of Brain Control
  6. MIT Technology Review, 2015, A Brain-Computer Interface That Works Wirelessly
  7. Neurogadget, 2015, Brainihack 2015 Hackathon Roundup
  8. Lisa Park, http://www.thelisapark.com/
  9. University of Freiburg, Germany,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OOPB5sWtZ1c
  10. Graz University of Technology, 2012, https://www.youtube.com/watch?v=jXpjRwPQC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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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seung Koo

Cognitive Engineering Square @ UX Lab